고흐전의 실망감을 잊고자 방문한 올해 두번쨰 전시
클림트와 에곤실레의 작품이 전시되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클림트와 에곤실레 모두 예전부터 내가 좋아하던
화가들이라 고흐전보다 더 기다려졌다
1시 예약으로 방문했는데
시간대별로 입장제한을 둬서 사람이 엄청 붐비지는 않았다
가이드가 안내도 하고 있었는데
현장 예매는 오후 4시 입장부터 가능하다고 했다
온라인 예매는 별도의 발권없이 모바일 티켓으로 바로 입장이 가능한데
관람이 끝난 후 특별전시관 내의 안내소에서 요청하면
소장용으로 쓸 수 있는 티켓을 발권해준다
입장하면 클림트의 초상이 반겨준다
흑백 사진으로 나와있지만
클림트가 입고 있는 가운은 푸른색 가운이라고 한다
엄청 즐겨입던 가운이라고ㅋㅋ
저 고양이를 안고 있는 포즈와 순수해 보이는 표정이 귀엽다
<모자를 쓴 여인>, <수풀 속 여인>
클림트의 연인이었더 플뢰게를 그린 작품
패션디자이너였던만큼 옷이나 메이크업이 지금봐도 세련되고 예쁘다
특히 우측은 따듯하고 화사한 느낌이 강해서
클림트가 아니라 마네 그림같기도 했다
얼굴부분만 다른 질감으로 입체감이 느껴지는게
포인트 인듯 하다
비엔다 디자인 공방의 간판, <16회 비엔나 분리파 전시회 포스터> 알프레드 롤러
클림트와 에곤실레가 속해있던 비엔나 디자인공방 섹션이 있다
독일어로 쓰인 '빈 공방(Wiener Werkstätte)'의 산세리프 폰트와 형태는
지금 봐도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양쪽에 로고는 폭스바겐이 떠올랐다
다양한 종류의 포스터가 있었는데
이집트느낌이 물씬 나는 이 포스터가 눈에 가장 띄었다
태양을 들고 있는 듯한 포즈의 여자와 빼곡히 채운 이집트풍의 패턴과
그와 대비되는 깔끔하게 정돈된 텍스트 구간 등
안정적인 레이아웃이다
컨셉이 강하긴 하지만
'화려하지만 심플한'이 이런느낌 이려나...
연하장
그림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공예품도 있는데
그 중 정말 마음에 들었던 연하장 시리즈
좌측의 연하장은 꽃무더기에 묶여 있는 돼지가 정말 귀엽다
유럽에 자포니즘이 유행하던 시기여서 그런지 돼지나 꽃 패턴 등이 일본화풍이 느껴진다
거울을 설치하고 유리판으로 거치해서 앞, 뒷면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연하장 전시 방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꽃병>, <홍차찻잔세트> 클로만 모저
이번 전시가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미술만 있는게 아닌 '디자인'도 있었기 때문이다
미술 전시는 자주 다니는데 정작 디자인 전시는 잘 안다녔는데
산업 디자인 제품들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미술 작품들 속에 있다보니 이질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서 디자인된 제품들의 세련미가 더 잘 느껴진것 같다
요제프 호프만 <철제 테이블 M436번>, 작가 미상 <공모양 발이 달린 체스 테이블>
디자인사에서 아르데코하면 나오는 요제프 호프만을 여기서 보게되서 반가웠다
정사각형을 좋아하는걸로 유명한데 왼쪽 테이블은 정말 정사각형으로 도배가 되있다
우측 체스테이블도 체스판, 테이블 다리 등 정사각형이 잔뜩 있으니까
당연히 호프만 작품인줄 알았는데
작가미상이었다
이정도면 왜 호프만이 아닌지 해명이 필요한거 아닌가?
ㅋㅋㅋ
<소년과 큐피드> 안톤 콜리히
큰 체격과 상반되는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 그리고 그 옆에 큐피드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소년을 잘 표현했다고 느꼈다
시무룩해 보이는 큐피드의 표정이 귀엽다 ㅋㅋㅋ
<피에타> 코코슈카
이번 전시에서 가장 강렬하게 기억남는 그림
연극 '살인자, 여성들의 희망'을 위한 포스터다
포스터만 봐도 이 연극이 강렬하고 잔혹한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죽어가는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의 모습을 주제로한 작품을
피에타라고 하는데
강렬한 인상으로 분노 가득한 성모(?)를 그린 작품에
'피에타'라는 이름을 붙였다는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논란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몰랐던 화가였는데 이 그림 하나로 기억에 남게 됏다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시인> 에곤실레
익숙한 그림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민음사에서 출판한 '인간실격'의 표지에 사용된 그림이다
이 표지를 보고 이 책을 읽은 후 왜 에곤실레의 그림을 사용했는지
너무나도 이해가 잘갔다
에곤실레의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 초조, 나약함
표지 그림으로 정말 잘골랐다
내가 에곤 실레를 좋아하는 이유는
불안, 초조, 나약함 떄문이다
불편한 감정들인데 에곤 실레의 그림에서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이 감정들은 불편하지가 않다
처절함이 느껴져서인것 같기도 하고
인간이라면 느끼는 나약한 감정들에 대한 동질감인것 같기도 하고
에곤실레의 다른 그림보다 스케치가 가장 좋다
에곤실레 특유의 선도 매력적이고
단순하게 표현되서 그런지 그 불안정함과 초조함이 더 잘 느껴진다
이런 시점에서 다소 아쉽기는 했다
에곤실레와 클림트를 메인으로 내세우기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화려한 금빛을 사용한 클림트의 작품이나
적나라하게 신체를 표현하는 에곤실레의 작품은 많지 않다
스케치도 많지는 않았고..
하지만 전시 전체적으로 작품 수도 많고 종류도 다양해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굿즈샵에서 본 파란색 가운을 입은 클림트 키링
이거 살까말까 고민 많이했는데
클림트가 자주 입었던 가운의 파란색은 이런 파란색이 아닐것 같아서
그냥 넘어갔다
이번에도 엽서만 사는걸로,,